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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선생 김봉두', 진정한 선생님의 모습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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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농산어촌 학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금 직장을 다니는 40대 - 50대의 세대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학교 행사는 곧 동네 행사였습니다. 수학여행과 함께 학교의 대표적인 행사였던 가을운동회라도 할라치면 학교 안에서는 동네 주민들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소풍이나 수학여행 같은 행사가 있으면 마을 분위기도 함께 들뜨곤 했습니다. 운동회에서 청팀과 백팀으로 나누어 대결하며,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 학부모들도 함께 참여해 줄다리기, 기마전, 박 터뜨리기와 이어달리기 등이 참석한 사람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도시에서야 이런 분위기, 풍경들이 더 빨리 사라져 갔겠지만,,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골에선 이런 광경을 곧잘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학교가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었고, 사람들이 지역에 대한 애착,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에서도 학교가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학교는 지역사회 공동체와 문화의 구심점이었던 것입니다.

2. 선생 김봉두, 영화 이야기

선생 김봉두’(감독 장규성ㆍ2003)는 코미디로 포장되기는 했지만 우리 교육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폐부를 꽤 아프게 찌른 영화였습니다. 영화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김봉두라는 말 자체가 돈봉투를 상징합니다. 학교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나쁜 이미지, 촌지를 의미하고 있는 셈입니다.

서울에서 잘 나가는 초등학교의 교사 김봉두는 말하자면 비리 교사’입니. 촌지 안 주는 학생을 대놓고 괴롭힐 정도로 돈봉투 밝히는 봉두는 비위 사실이 적발되면서 시골학교로 전출을 가게 됩니다. 학생이라고 해봤지 기껏 몇 명, 학부모가 가져오는 촌지라곤 감자, 고구마뿐인 시골이 답답한 봉두의 지상 목표는 서울 복귀. 봉두는 아이들을 모두 도시학교로 전학 보내 학교를 폐교시키자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선생 김봉두의 내용 전개는 어찌 보면 빤합니다. 천방지축 날뛰던 비리 교사가 산골 마을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가게 되고, 거기를 벗어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다 그곳 사람들의 진심에 감동하며 진짜 교사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는 전형적인 성장 드라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에 사회 풍자를 적절히 섞어 넣은 구성과 차승원의 독보적인 코믹 연기, 성지루, 변희봉, 아역들의 감초 활약으로 영화는 생기와 감동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아이들에게 서울 생활의 장점과 즐거움을 설파하며 부르는 차승원의 서울, 서울, 서울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3. 농산어촌 학교의 필요성에 대하여

선생 김봉두는 무엇보다 농어촌학교 폐교 문제를 정면에 다뤘다는 점에서 많은 눈길을 끌었습니다. 영화가 제작됐던 2003년만 해도 IMF의 여파가 남아있던 시절이었으니 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IMF 이후 한국 사회에는 효율성, 구조조정, 통폐합 이런 말들이 만연했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가치가 금과옥조처럼 여겨졌습니다. 효율성, 물론 좋은 말이입니다. 최소의 자원을 투입해 최대의 효과를 내자는데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하지만 사람 사는 데는 효율성만 따져서 해결될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있게 마련입니다. 특히 교육처럼 사람을 키우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효율성이라는 잣대만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농어촌학교 문제도 그렇습니다. 효율성, 경제논리 만으로 따질 수 없는 지역 공동체와 지역 균형 발전의 문제, 문화적 접근 등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얽혀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수가 많든 적든 간에 아이들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교육받을 권리를 어른들만의 논리로 빼앗는다는 사실 자체가 합당하지 못합니다.

영화 선생 김봉두속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묵묵히 학교를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학교 소사 춘식이나, 만학의 꽃을 피우는 최 노인 같은 사람들입니다. 마을에서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는 예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이 마을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공부하고 뛰어놀 수 있도록 학교터를 지켜가는 이들을 상징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농어촌 마을에서 학교의 소중함을 대변하고 있기도 합니다.

김용택 시인은 순박하고, 창의적인 시골 분교 아이들과 함께 시를 지었습니다. 몇몇 농어촌학교는 특화 교육을 통해 도시 촌놈들을 역으로 전학시키고 있습니다. ‘선생 김봉두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농어촌에 사는 아이들도 큰 꿈들을 꾸고 있습니다. 인구가 적은 농어촌 아이들이 편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또한 기본적인 복지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권리이고,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어른들의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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