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시 부르는 퀸의 명곡들
2018년 늦가을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1970년에 결성된 영국의 록 밴드(프레디 머큐리, 브라이언 메이, 로저 테일러, 존 디콘)가 2018년 말, 전 세계를 다시 한번 뜨겁게 달구었던 이유는 ‘보헤미안 랩소디’(감독 브라이언 싱어·2018년)라는 영화 한 편 때문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그룹이었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많은 이들에게 서서히 잊히고 있던 그룹. 얼마 전까지만 해도 퀸에 대한 전혀 관심 없던 사람들도 영화를 본 뒤 정보를 샅샅이 뒤져보고 퀸 전문가가 돼서 이야기합니다. 퀸의 수많은 노래가 각종 음원 차트에서 순위권에 등장했고, 음원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권을 달리기도 했습니다. 퀸의 현상이라 부를 만합니다. 영화 한 편이 주는 힘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2.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다룬 영화
어떤 전기 영화가 만들어져도 그렇듯, 보헤미안 랩소디도 골수팬들에겐 크게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만큼 영화의 극적 재미를 위해 사실을 각색한 것도 많고, 프레디 머큐리나 퀸 멤버들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도 많을 테니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 더 재미있는 부분은 퀸의 엄청났던 대중적인 인기에 비해 평론가나 언론의 평가가 안 좋았듯 영화도 그렇다는 점입니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새로울 것 없는 그저 그런 영화라는 듯 시큰둥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열렬했습니다. 재관람 열풍에, 이른바 퀸 노래를 ‘떼창’하며 볼 수 있는 새로운 관람 문화 도입에, 아이맥스 관람 열풍까지 불었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프레디 머큐리의 삶 자체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영국의 식민지 역사를 가진 인도 태생 이민자의 자녀, 성적 소수자,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까지, 더군다나 언론이나 평단과 굳이 친하게 지내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그들에게 거침없이 막말까지 내뱉었던 탓에 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퀸의 음악이 한두 가지 장르로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했고, 음악적인 시도도 파격적이었던 탓도 있겠지만 당시 영국을 비롯한 메이저 언론이 퀸과 퀸의 음악을 평가절하한 데는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편견이 작용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를 중심에 놓고 그의 삶을 내내 지배했던 외로움을 보여주는데 집중했습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도, 친구들과 광란의 파티 속에서도 그는 늘 외로웠습니다. 외롭던 그의 눈이 반짝일 때는 멤버들과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서로의 의견을 모아 음악을 만드는 순간, 위대한 영감들이 떠오르는 그러한 순간들입니다. 그리고 무대에 서서 자신의 카리스마를 거침없이 내 보이는 때 들 뿐입니다. 영화 속 대사처럼 그는 이래저래 망가지고 상처받는 순간에도 마지막까지 무대 위에서 위대한 퍼포머(performer)로 남았습니다.
관객들은 아마도 주인공의 외로움에 동화됐을 겁니다. 엘튼 존의 매니저로 퀸을 메이저 레코드사인 EMI와 연결시켜 준 존 리드와 만났을 때 프레디는 ‘우리는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라고 말합니다. 늘 소수자의 삶을 살았던 그 다운 발언입니다. 관객들이 모두 소수자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속 퀸의 음악은 삶에 지쳐있는 관객들이 마음에 위로를 전하기 충분했습니다.
3. 'We are the champions'
축구가 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에서 우승팀이 결정될 때, 우리는 퀸의 ‘We are the champions’를 듣습니다. 그래서 가사를 제대로 모르고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이 노래가 오직 승자들만을 위한 노래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막바지 1985년의 라이브 에이드(Live aid)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We are the champions’의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무대 위 퀸은 이 노래를 듣는 모두가 챔피언이라고 선언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점점 어려워지고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매년 우리는 힘겹게 살아내고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진정한 자유인이었던 프레디 머큐리와 그의 친구들은 그렇게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챔피언이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도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자영업자들과 직장인들에게 퀸이 여전히 아름답고 힘찬 목소리로 긍정의 노래를 불러주고 있습니다.
“우린 챔피언이잖아 친구야, 우린 끝까지 싸울 거잖아(We are the champions my friends And we'll keep on fighting till the end)”라고 말입니다.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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