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상의 동계 스포츠 영화 '컬링'
“이 투구만 성공하면 끝나!!”
마지막 투구를 앞둔 ‘안경 선배.’ 그의 투구를 응시하는 최고의 라이벌 일본 대표팀의 주장.
일본과 한국의 컬링 대표들의 운명은 이 한 번의 투구에 달려 있습니다. 두 팀 다 어려운 여건과 무관심 속에서 묵묵히 싸워왔습니다. 희생하며 따라줬던 팀원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단 한 번의 투구를 앞둔 지금, 그동안의 노력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안경 선배'가 최고의 인기 단어였을 때 인터넷 상에서는 가상의 영화 한 편의 시나리오가 큰 화제였습니다. 가제는 ‘스톤’, 또는 ‘컬링.’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최고의 스타였던 여자 컬링 대표팀, 이른바 컬벤져스의 이야기를 가상으로 시나리오화 한 것입니다. 팀 킴, 갈릭걸스 등의 별칭으로도 불리는 컬링 대표팀의 어마어마한 인기를 반영하는 에피소드입니다. 스토리와 시놉시스를 짜는 것은 물론 캐스팅도 한창이었습니다. 영화 ‘국가대표’에서 코치 역을 맡았던 코치 전문 배우 성동일 등은 벌써 영화의 주역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2. 동계 스포츠를 다룬 영화들
컬링과 같은 동계 스포츠가 이처럼 큰 인기를 끌고, 그간 간간히 동계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나온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종목들이 생소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눈과 얼음을 볼 수 없는 나라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의 이야기를 다룬 ‘쿨러닝’을 비롯해서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국가대표 1, 2’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썰매 종목과 스키 점프, 여자 아이스하키 팀 등 제대로 된 장비와 인력풀, 대중의 조그만 관심조차 없는 상황에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해 가는 이야기는 매우 생경한 소재로 대중의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린다는 영리한 전략으로 사용됐습니다. 실제 그 영화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서 말입니다.
축구나 야구와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스포츠는 아니지만, 이러한, 동계스포츠를 가지고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가 그러하듯 열악하기 그지없는 환경 속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갈등들, 특히 팀원들 간의 크고 작은 반목과 갈등을 이겨내고 목표를 이뤄내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알고도 당하는 감동 코드로 작용합니다. 결국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고, 팀이 이뤄내는 성과가 소중한 것이니까요.
실제 지난번 우리나라에서 열린 평창 동계 올림픽은 이러한 점을 극적으로 보여준 올림픽이었습니다. 컬링이나 봅슬레이 같은 팀 스포츠뿐만 아니라 스키점프, 스켈레톤, 루지 혹은 스피드 스케이팅 같은 개인종목 조차도 팀 정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동계 스포츠를 다룬 영화를 통해 익히 봐 왔고 이번 올림픽에서 실제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 스포츠의 의미는 무엇인가
팀 스포츠든 개인 종목이든 누군가의 희생이 담보됩니다. 연습과 훈련 파트너 없이 이뤄지는 스포츠는 없습니다. 한 사람의메달리스트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함께 또는 뒤, 옆에서 묵묵히 이뤄지는 희생은 수 없이 많습니다. 이를 무시하는 순간, 팀정신은 훼손되고, 개인이 아무리 영광스러운 결과를 얻어도 그 영광을 오롯이 가져갈 수 없게 됩니다. 컬벤져스와 쇼트트랙의 김아랑에게 쏟아진 환호와 스피드 스케이팅 팀추월 선수들에게 가해진 대중의 비난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요. 연맹의 잘못이나 이런 저러한 사정들을 감안한다고 해도 결국 훼손된 팀 정신이라는 결과마저 부정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보여준 감동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극적이었습니다. 물론 출전 시간과 출전 기회를 빼앗긴 선수들의 희생은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스포츠에서, 특히 올림픽에서 평화와 공존이라는 인류 지상의 가치를 위해 희생한 선수들을 대중은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훌륭한 성적을 얻지는 못했지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많은 사람들에게 금메달을 딴 선수들보다 더 큰 감동을 줬습니다. 남과 북의 평화와 공존 가능성이라는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올림픽 정신에 이보다 부합했던 팀이 또 있었을까요.
결국 ‘함께’ 하는 것입니다. 많은 스포츠 영화들, 특히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는 동계 스포츠 영화들 속 주인공들과 지난번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이 보여 준 ‘함께’의 정신은 그래서 소중합니다. ‘함께’여야 더 좋은 미래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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