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 줄거리
감독 정지우 / 출연 박해준, 이항나, 유재상, 최무성 /개봉 2016. 04. 13.
1등만 기억하는 잔인한 우리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수영 코치로 일하고 있던 광수는 한때 천재 소리를 듣던 수영 선수였습니다. 똑똑한 머리와 천부적인 재능만을 믿고 성실하지 못한 생활을 하다 놓쳐버린 기회.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린 선수 생활을 아마도 평생 후회하며 살아가지만, 방탕한 생활 습관을 버리지 못합니다. 그래도 그 바닥에서 은근히 소문이 나있는데, 짧은 기간 훈련을 통해 아이들이 성적을 내도록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다는 소문입니다.
수영을 하는 아들 준호가 매번 메달권 밖인 4등을 하는 통에 속이 상한 엄마 정애는 수소문 끝에 광수를 알게 되고 준호를 광수에게 맡깁니다. 재능이 있는 준호는 무엇보다 수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준호는 1등이 하고 싶지도 않고, 왜 1등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저 수영이 좋을 뿐입니다. 이런 준호에게 광수는 간절함이 부족하다며 새벽부터 스파르타식 훈련을 시킵니다. 이 과정에 폭력이 수반됩니다. 집중하지 못한다며 아이에게 매질이 가해집니다. 엄마 정애는 이 사실을 알게 되지만 조용히 이 사실에 눈을 감습니다.
매번 4등 만을 하던 준호는 다음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지만 신문기자인 아빠 영훈은 아들이 맞아가며 수영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영훈은 광수에게 계속 폭력을 쓰면 수영계에서 퇴출시키겠다고 협박하고, 협박에도 불구하고 계속 폭력을 쓰려는 광수로 인해 준호는 그 좋아하는 수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합니다.(나머지 이야기는 영화를 통해...)
2. 생각해보기
요즘 명문대학을 보내기 위한 필수 3요소로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들이겠지만 이 말속엔 한국사회의 자조적인 상황들이 담겨있으니 유쾌한 웃음이 아닌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합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한국사회에서 명문대학은 필수 관문이 돼 버렸습니다. 소위 SKY로 불리는 명문대학을 보내기 위해선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아이가 당연히 유리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명문대 입학 플랜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치맛바람에 그치지 않고 이제 캥거루에 헬리콥터 수준까지 진화한 극성스러운 엄마와 돈만 벌기 바쁜 무관심한 아빠의 조합은 아이를 시험 치는 기계로 만드는 최상의 호흡을 자랑합니다.
그래도 공부 쪽은 비교적 양호한 편입니다. 그나마 등급에 따라 순위가 갈리고, 각종 특별전형도 많으니 그래도 해볼 만하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스포츠 분야는 더 치열하고 살벌합니다. 오로지 1등이 아니면 상급학교 진학도, 프로 진출도, 올림픽 참가도 상상하기 힘든 그야말로 무한 경쟁의 끝을 보여줍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해피엔드’, ‘은교’ 등에서 감각적이고 세심한 연출로 주목받은 감독 정지우가 손잡고 만든 영화 ‘4등’은 승자독식 사회가 만들어낸 폭력적인 상황을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바로 수영이라는 스포츠를 소재로 말입니다.
3. 토론하기
이 영화는 ‘4등’이라는 제목부터 참 노골적입니다. 1등을 하지 못하면 의미 없는, 엘리트 체육이 전부였던 한국사회에서 4등은 참 의미 없는 등수입니다. 각종 체전이나 아시안게임, 올림픽 출전권 획득은 고사하고 그 스포츠를 계속할 수 있을지 앞날을 고민해야 합니다. 과정 따위, 아이들의 흥미와 재미 따위는 상관없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내면 됩니다. 수영 강사 광수는 그러한 엘리트 체육의 수혜자이자 폭력적인 문화의 희생양입니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싫어 수영을 그만둔 광수이지만, 극성스러운 엄마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단시간 만에 결과를 내는 데는 폭력이 최고의 수단이라고 믿게 됩니다. 광수의 폭력이 싫어 달아난 준호가 자신의 선수용 물안경을 썼다며 동생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소름 끼치는 이유입니다. 폭력은 폭력의 피해자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그들의 무의식 속에 각인되고 대물림됩니다. 꼭 물리적 폭력이 아니어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명문대학에 보내고 성공시키겠다며 벌이고 있는 무시무시하고 폭력적인 치킨게임 속에서 희생당하고 있는 것은 우리 아이들입니다. 한국사회의 미래는 죄수의 딜레마에 저당 잡혀 있는 셈입니다.
승자 독식의 한국 사회는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상황을 대물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시험 잘 치는, 시합 잘하는 기계로 만드는 수동적인 방법으로는 창의적인 미래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폭력으로 만들어진 간절함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영화 ‘4등’은 이 당연한 사실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간절함과 정말 즐거워서 하는 운동과 공부가 결국 답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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