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TV 리뷰

잭 블랙의 '스쿨 오브 락', 콤플렉스 따위는 날려버려!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7. 13.
반응형

1. 영화 속 신 스틸러 이야기

영화와 관련된 용어 중 좋아하는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신 스틸러(Scene stealer)’라는 말입니다. 단어를 있는 그대로 풀이하면 장면 도둑정도가 될 것입니다. 전체 90분이 넘는 영화의 러닝 타임 가운데 일부 장면을 몽땅 훔쳐 가버리는 배우. 주연을 능가하는 조연, 요즘 인터넷 식으로 표현하자면, 미친 존재감, 혹은 명품 조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단 몇 초, 몇 분의 짧은 시간이라도 등장하기만 하면 뇌리에 깊숙이 박혀 기억에 남는 배우. 이문식, 성동일, 김응수, 김성오 등등 정말 개성 있고 연기 잘하는 배우들 말입니다. 할리우드에도 이런 광적인존재감을 발휘하는 배우가 물론 있습니다. 배우이자, 가수이자, 코미디언인 잭 블랙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신 스틸러 중 하나입니다.

1992년 데뷔한 잭 블랙은 이런저런 영화의 조연으로 출연하다 주연급으로 성장했습니다. 그의 존재감이야 킹콩한 편만 예로 들어도 충분할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괴물인 킹콩과 금발미녀가 등장하는, 웬만한 배우는 출연했는지 조차 기억하기 힘들 영화에 이기적인 영화감독 역으로 출연해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2. 스쿨 오브 락 이야기

잭 블랙이 출연한 수많은 영화 중 가장 사랑하는 영화 중 하나가 바로 스쿨 오브 락(2003,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입니다. 영화 속에서 듀이 역으로 등장하는 잭 블랙은 전형적인 루저로 나옵니다. 록 스타를 꿈꾸지만 이기적인 연주로 밴드에서 쫓겨나고, 집세를 내지 못하면 친구 스니블리의 집에서조차 쫓겨날 찰나, 교사 채용 전화가 듀이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듀이는 거짓말을 하고 학교에 취업하게 됩니다. 물론 교사 자격증 따윈 없습니다. 그런데 호레이스 그린이라는 학교가 문제입니다. 평생 자유분방하게 살아온 듀이와 달리 엄격한 규율과 전통, 1년에 1만 5,000달러의 학비를 자랑하는 명문 사립초등학교입니다. 요령부득, 아이들을 가르칠 능력이 없는 듀이는 허송 생활만 보내게 됩니다. 어느 날 클래식 음악 수업을 받는 아이들을 보며 반 학생들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듀이는 아이들과 함께 락밴드 경연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 와중에 요절복통 잭 블랙의 원맨쇼가 펼쳐집니다.

스쿨 오브 락은 온통 락 정신으로 영화입니다. 영화 곳곳에 레드 제플린, AC/DC, 블랙 사바스의 명곡이 흐르고, 잭 블랙은 영화 내내 선배들에게 경배의 뜻을 바칩니다.(잭 블랙은 실제 `터네이셔스 디라는 밴드 일원으로 활동하며 앨범을 3장이나 낸 실제 가수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가짜 교사 듀이는 경쟁, 학점, 벌점, 진학이라는 강력한 규율 속에서 기성세대의 로봇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락 정신을 역설합니다.

 

3. 콤플렉스 따위는 날려버려

학교라는 톱니바퀴 속에서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콤플렉스입니다. 어떤 아이는 자기가 멋지지 않다며 밴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른 아이는 뚱뚱하고 못 생겨서 무대에 서지 못하겠다고 망설입니다. 음악에 충분한 재능이 있음에도 부모의 말에 순종하고 공부만 하며 살아온 아이는 아버지의 과도한 관심과 압박에 괴로워합니다. 심지어 이 학교의 교장도 콤플렉스 덩어리입니다. 뭐하나 잘못하면 쏟아질 극성스러운 부모들의 핵폭탄 같은 참견과 간섭이 두려워 새로운 교육 방식을 도입하는 것조차 막으며 규율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뚱뚱하고, 키도 작고, 얼굴은 크고, 소위 무비 스타로 성공하기엔 어려운 외모를 지닌 잭 블랙. 어린 시절 그는 수많은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현재 가수로, 배우로, 코미디언으로 승승장구하며 골든글러브 후보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성공한 연예인입니다. 재능으로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스쿨 오브 락에 등장하는 아이들도 락 공연을 준비하며 자신에게 드리워진 콤플렉스를 한 꺼풀씩 벗어던집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숨겨진 재능을 맘껏 발휘합니다. 처음엔 듀이에게 속아 수동적으로 밴드를 시작했지만, 나중엔 정체가 들통난 사기꾼 선생님을 이끌고 공연장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멋진 공연으로 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맙니다.

 

스쿨 오브 락의 가장 인상 깊은 점은 공동체 교육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장면들입니다. 반 학생 모두가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무대를 꾸밀 동반자로 서로를 인정하면서 아이들은 성장합니다. 그것이 연주든, 노래든, 조명이든, 의상이든, 매니저든 간에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커가는 것입니다. 영화 속 아이들은 비록 정규 교육을 몇 주 못 받았기는 하지만, 어쩌면 학교라는 공간에서 평생 받기 힘든 또 다른 종류의 교육의 기회를 누린 행운아인 것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