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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세 얼간이(3 Idiots), 최고의 인도 영화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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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얼간이
감독 라지쿠마르 히라니
출연 아미르 칸(란초), 마드하반(파르한), 셔먼 조쉬(라주)
개봉 2016.11.9.

1. 인도 영화에 대하여

세계에서 영화를 매년 가장 많이 제작하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또한 자국 영화 흥행이 가장 잘 되는 나라는? 많은 사람들이 할리우드를 떠올리며 미국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웬만한 영화팬이라면 이 질문의 답이 인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한 해 800~1,000편 이상의 영화가 제작되며, 만들어진 영화는 자국민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습니다. 인도 영화를 통칭하는 표현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많지만 어쨌든 인도 영화는 발리우드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인도 이외의 지역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인도 영화 마니아들을 제외하고 발리우드 영화를 접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같은 영화제가 아니라면 인도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몇 편의 선택받은영화들만이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납니다. 그런데 인도 영화 한 편이 온라인을 통해 큰 화제가 되더니 급기야 제작된 지 2년 만에 국내 극장에서 개봉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던 적이 있습니다. 화제의 영화는 2009년에 제작된 인도 영화 <세 얼간이>입니다. 2011년에야 우리나라에서 개봉됐던 이 영화는 사실 인도에서는 전설적인 작품입니다. 전 세계에서 큰 흥행을 한 <아바타>의 공세를 물리치고 인도 영화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했고, 인도 영화 중 세계 흥행 성적 1위를 기록했습니다.

2. 세 얼간이 이야기

<세 얼간이>는 형식으로만 보면 전형적인 발리우드 영화’입니. 뜬금없는 노래와 춤, 뮤지컬 시퀀스가 등장하고, 주인공은 갖은 역경을 모두 이겨내고 해피엔딩을 맞이합니다. 이처럼 뻔한 인도영화가 까다롭기 유명한 한국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영화가 재미있다는 것이 최고의 이유일 것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도 교육의 현실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한국의 그것과 정확히 겹치는 것 또한 우리 관객의 관심을 이끈 중요한 요소였을 것 같습니다. <세 얼간이> 의 주인공들이 다니는 인도 일류 공과대학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우리에게도 소름 끼치는 기시감을 느끼게 합니다.

공학이 정말 좋아서 공대에 온 자유분방한 주인공 란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임페리얼공대(ICE) 총장 비루(학생들은 바이러스라 부릅니다)는 입버릇처럼 인생은 레이스라고 말합니다. 경쟁에서 뒤처진 자는 뻐꾸기에게 둥지를 빼앗기고 깨져버린 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란쵸의 친구 파르한은 태어나면서부터 공학자가 돼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진가의 꿈을 포기하고 공대에 왔습니다. 또 한 명의 얼간이 라주는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 가족을 홀로 부양하는 어머니, 돈이 없어 결혼도 못하고 있는 누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에 소극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교수들이 가르쳐준 대로 받아 적고, 외워야 합니다. 창의적인 생각이나 새로운 시도 따위를 할 틈은 없습니다. 진짜 공학이 좋아 공부를 즐기고,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하는 것은 사치입니다. 그럴 틈이 있으면 교과서나 줄줄 외우는 것이 낫습니다. 그래야 낙제하지 않고 높은 학점을 받고 졸업해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남보다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굴리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내가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 따위는 중요치 않습니다. 경쟁에서 이탈한 루저가 되느니 지금의 부조리함을 참고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쟁의 틀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학생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3. '알 이즈 웰', 네 마음속 목소리를 따라 살아가

성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너의 재능을 따라가는 삶을 살면 성공이 따라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인공 란쵸는 이런 틀에 얽매인 사람이 아닙니다. 남에게 등 떠밀려서, 환경을 핑계로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오히려 패배자의 삶이라고 믿습니다. 그는 스스로에게 알 이즈 웰(All is well)이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며 성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너의 재능을 따라가는 삶을 살면 성공이 따라온다”라고 설파합니다.

물론 인도 영화 특유의 대책 없는 긍정이자, 감수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교육 현실을 바라보면 이 대책 없는 긍정의 에너지라도 이식하고픈 마음이 듭니다. 한때 국내에서 천재들만 모인다는 공과대학에서 한 해에 학생과 교수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적이 있습니다. 인도에선 90분에 한 명씩 자살을 시도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10, 2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라는 조사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쟁 체제가 만들어낸 현실인 것입니다. <세 얼간이>라는 인도 영화를 본 관객 중 상당수가 이 영화를 우리나라 고위 교육관료들 혹은 전체 교육관계자들, 아니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알 이즈 웰이라고 외치며 긍정하며 살기엔 현실이 너무 녹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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