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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내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그 시절을 추억하다 ‘써니’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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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니
 장르 : 코미디, 드라마
 개봉 : 2011.05.04.
 감독 : 강형철
 출연 : 유호정(나미), 심은경(어린 나미), 강소라(어린 춘화)

1. 아이러브스쿨의 추억

2000년대 초반, 학교 동창들을 찾아주는 인터넷 커뮤니티(아이러브스쿨)가 엄청난 인기를 끈 적이 있습니다. '모교사랑'이라는 회사명을 영문으로 바꾸어 '학교를 사랑한다'는 뜻으로 만든 그 사이트는 1천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화제의 방송 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를 온라인으로 옮겨온 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초, , 고 동창 모임이 엄청나게 활성화될 만큼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학교에 다니고, 학창 시절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추억이라는 감성을 적절하게 공략해 낸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을 것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도 적응하지 못하고, 수익 모델에 어려움을 겪으며 그 커뮤니티의 인기도 금세 시들해졌지만, 사람들 마음 속에서 그러한 감성마저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닐 것입니다.

2. 영화 '써니' 의 성공 이유

영화 써니’(감독 강형철)는 개봉했던 2011년에 가장 화제를 모은 영화 중 한 편이었습니다. ‘써니는 문화 트렌드의 한 축인 복고열풍의 주역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스크린 속에 추억의 1980년대를 오롯이 재현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군사독재와 민주화 투쟁, 교복 자율화, 디스코, 지금 돌아보면 뭔가 촌스러웠던 80년대의 문화들, 그 공기와 분위기를 스크린을 통해 되살려내며 40~50대 이상 기성세대들까지도 극장을 찾게 했습니다.(관객수 745만명, 손익분기점 약 200만명)

하지만 그러한 문화적 코드들의 재현만으로 영화가 성공한 것은 물론 아닙니다써니의 주인공 나미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부유한 환경 속에서 잘 나가는 남편과 딸을 두고 살아가는 가정주부입니다. 남이 보면 그저 부럽기만 할 강남 스타일사모님 나미는 그러나 뭔가 2% 부족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던 그녀가 과거 칠공주 써니의 리더 춘화를 다시 만나면서 삶의 활력을 찾기 시작합니다. 큰 병에 걸린 춘화와의 만남을 계기로 써니 ‘멤바’들을 찾아 나서며 여고 시절과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 편집됩니다. 누구나 가슴에 학창 시절의 추억 하나쯤 간직하고 있기에 따뜻한 마음과 눈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써니의 멤버들처럼 누군가는 부잣집 사모님으로 살아가고, 다른 누구는 지지리도 군색하게 사는 게 현실이지만 한없이 빛나던 그 시절을 돌아보면 입가에 미소 한 번쯤 띨 수 있는 게 인생일 것 같습니다. 설사 그 시절의 추억이 모두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때를 함께 했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처지도 환경도 다르지만,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어우러지고, 같은 기억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의 가치를 무엇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영화 써니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같이 80, 9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드라마들이 성공한 이유는, 단지 그 시절을 그려내서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그 시대를 통해 절절하게 그려냈기 때문입니다.

학교, 학창 시절 만나고 함께 했던 사람들, 그들과 같이했던 시간, 그것이 자양분이 되어 현재 나의 삶이 진행되고 있음을 완벽하게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학창 시절을 행복하게 기억하는 사람이나,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람이나 모두 말입니다. 영화 써니를 보며 울며 웃고, 재미를 느낀 사람들은 아마도 이 점에 공감했을 것입니다.

3. 추억 속 학교는 어떤 의미인가

학교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지각색의 답이 돌아옵니다. 각자의 기억이 다르고, 경험이 다를 테니 말입니다. 그래도 친구와 함께했던 그 시간, 아이들과 부대끼며 많은 추억을 만든 사람들이 더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 배운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보다 친구 녀석과 저질렀던 사고 하나가 더 기억에 남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학교라는 공간이 소중한 이유는 그곳이 단지 지식만을 쌓는 공간이 아니라 나와 평생을 함께할 친구추억을 만들어 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써니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서 학교 교육, 특히 공교육의 중요성이 바로 저기에 있구나라는 뜬금없는 비약과 생각을 해봅니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현수 같은 아이들에겐 학교가 끔찍한 곳이었을 테지만, 현재 그가 실재한다면, 아마 그도 그 시절을 가장 찬란했던 시절이라고 말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지금 이순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더욱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기성세대와 공교육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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