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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진실한 땀의 힘을 믿으며 성장하다. 스포츠 영화 ‘글러브’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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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러브
 장르 : 드라마
 개봉 : 2011.01.20.
 감독 : 강우석
 출연 : 정재영(김상남), 유선(나주원), 강신일(교감)

1. 스포츠의 힘

스포츠의 힘. 우리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땀과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피나는 노력을 거듭한 끝에 국가대표에 선발되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정정당당하게 기량을 겨루는 그 모습 자체가 감동을 주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스포츠를 보며 승부에만 집착하지 않습니다.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해도, 혹은 1인자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어도 우승 이상의 감동을 주는 경우는 매우 많습니다. 지난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의 감동적인 경기 모습, 유도 조구함 선수가 10분 동안의 혈투 끝에 패했지만 금메달을 딴 상대 선수의 손을 치켜들어 주는 모습,  육상 높이뛰기 4위를 한 우상혁 선수의 해맑은 모습 등 지난 올림픽에서 가장 큰 감동을 준 인상적인 장면들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많지만, 이러한 모습들이 있기에 우리는 아직도 숭고한스포츠 정신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는 영화에서도 훌륭한 소재가 됩니다. 역경을 이겨내고 드라마틱한 승부를 연출하는 주인공()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낸 스포츠 영화는 그 어떤 장르와 비교해도 재미와 감동을 주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충무로의 승부사, 강우석 감독이 야구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도 당연할 일입니다.

2. 영화 글러브 이야기

영화 글러브(감독 강우석, 2011)’는 청각장애인 학교인 충주성심학교야구부원들을 주인공으로 한 스포츠 영화입니다. 이런 간단한 설명만 들어도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감독 강우석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별다른 트릭도 쓰지 않고 우직하게 스포츠 영화의 정석대로 영화를 이끌어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고, 감동적입니다. 영화 글러브에는 적어도 땀과 노력의 힘을 믿는 진정성이 담겨있습니다.

글러브는 야구를 소재로 한 성장드라마입니다. 야구는 소리가 정말 중요한 운동입니다. 외야 수비수들은 배트 소리만 듣고 자신의 수비 위치를 찾아야 하고, 서로의 긴밀한 콜 플레이를 통해 조직적인 수비와 공격을 해야만 이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청각 장애인들이 야구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하지만 글러브의 주인공들은 비장애인의 2, 3배 악으로, 깡으로 노력해야 겨우 그들과 동등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달으며 성장합니다. 야구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 서고, 반복된 연습을 통해 팀플레이의 중요성을 알아갑니다.

이 영화에서 성장하는 것은 장애인 학생들만이 아닙니다. 한때 국내 최고의 투수로 군림하다 이제는 한물간, 여기저기서 사고만 치다 이미지 쇄신 좀 해 보려 성심학교 코치로 부임한 프로야구 선수 김상남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그는 역경을 딛고 성장해 가는 학생들을 보며 자신의 오만한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된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스타병을 벗어던지고 현재 자신이 처한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됩니다.

3.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스포츠 정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전의 명수, 야구 명문 군산상고와 충주성심학교의 시합이었습니다. 영화 중반 연습경기에서 만난 두 학교는 공정한 게임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이제 기초를 다지고 있는 성심학교 아이들에게 군산상고는 좋은 투수 하나 있다고 이길 수 있는 그런 만만한 팀이 아닙니다. 문제는 군산상고 학생 선수들의 태도였습니다. 군산상고 선수들은 성심학교 선수들을 무시하며 봐주기 시작합니다. 설렁설렁 장난을 하며 게임을 진행합니다. 성심학교 코치이자 야구 선배인 상남은 이 아이들에게 육두문자를 날리며 호되게 혼을 냅니다. 이 아이들이 정말 화나는 것은 너희들의 바로 이런 태도라고 말합니다. 너희들이 성심학교 아이들을 정말 생각한다면 최고의 실력으로 상대하라고 말입니다. 이날의 참혹한 패배는 충주성심학교 아이들의 결정적인 성장의 계기가 됩니다. 이것이 스포츠 정신입니다. 상대에 대한 최고의 존중은 내가 가진 모든 기량을 보여주며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군산상고와 충주성심학교의 두 번의 대결은 이러한 스포츠 영화의 묘미를 잘 보여줍니다.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를 나눠야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좌절합니다. 그러나 누가 됐든 그 속에서 그들은 또 한 걸음 성장하고 있을 것입니다. 땀과 노력이 주는 진실한 힘은, 적어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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