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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영화 '이퀼리브리엄', 유토피아는 없다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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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소개

영화 이퀼리브리엄’(2002·감독 커트 위머) 속 미래사회는 언뜻 보기에 무척이나 매혹적입니다. 세계 제3차 대전을 거치고 새롭게 만들어진 사회 리브리아’. 이곳에서는 범죄도 없고, 더 이상의 끔찍한 전쟁도 없으며, 사람 사이에 다툼도 없습니다. 질서는 철저하게 지켜지고, 모든 것은 안정되어 있습니다. 조금 답답한 것 빼고는 이곳이 무릉도원이고 유토피아라 불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풍경이고, 위장된 평화일 뿐입니다. 리브리아가 이와 같은 모습으로 유지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사람들이 약물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입니다. 리브리아의 독재자인 ‘총사령관’은 프로지움이라는 약물을 사람들에게 주입해 사랑, 증오, 분노 등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인간이 가진 그 지저분한 감정이라는 것, 그것을 유지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자들은 처절하게 응징합니다. 그리고 문학, 음악, 미술과 같이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는 모든 것들을 통제하고 제거합니다.

주인공 존 프레스턴(크리스찬 베일 역)은 프로지움을 거부하고 감정을 유지한 채 살아가는 폭도들을 색출하고 없애는 일을 하는 최고의 특수요원입니다. 그러나 동료의 자살, 아내의 죽음 등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인간 본연의 감정을 되찾게 되고, 결국 각성해 리브리아의 독재자와 맞서 싸우게 됩니다.

2.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많은 SF영화 속 미래 사회는 대부분 유토피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스토피아(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부분이 극단적으로 확대되어 초래할지도 모르는 미래의 모습)’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퀼리브리엄처럼 인간의 감정을 조종하거나, ‘매트릭스와 같이 아예 인간들이 기계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해 있기도 합니다. 영화 가타카속 세상에서는 과학의 발달로 우성과 열성 유전자를 가진 인간을 구별하고 우성 유전자를 가진 자만이 선택받아 사회적 지위를 누립니다. 열성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우성 유전자를 가진 이들의 주변인에 머물러 희생할 뿐입니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에서 진짜 재미는 주인공들이 각성하는 순간 시작됩니다. ‘매트릭스의 반군 대장 모피어스가 내민 두 가지 약(진실을 알게 되는 빨간 약과 진실을 모른 채 지금 이대로 살아갈 수 있는 파란 약) 중 네오가 빨간 약을 고르고 진실을 깨달은 뒤 인간을 지배하는 거대한 세계와 싸움을 시작했을 때 느낀 바로 그 쾌감처럼 말입니다.

3. 민주시민교육이 왜 필요한가

지난 2016년 겨울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각성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놈이 그 놈이지'라는 말이 상징하는 정치 혐오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낳은 결말은 끔찍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망가졌고, 이 나라를 망가뜨린 자들은 막대한 이익을 취했습니다. 도덕이고 뭐고 돈이 최고라는 우리 사회의 타락한 욕망은 300명이 넘는 우리 아이들을 희생시켰습니다. 폐단은 쌓여만 갔고, 국정은 파탄 났으며, 국격은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들어 올린 작은 촛불은 이렇게 망가진 대한민국을 그냥 둘 수 없다는 외침이었고, 마지막 남은 희망이었습니다.

그 해 겨울과 새 봄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하나 바꿨다고, 정권 하나 바뀌었다고 한국 사회가 금세 새로운 나라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어렵게 이룬 대한민국은 요즘 다시 위기에 빠지고 있습니다. 이만큼 했으니 됐다고 마음 놓는 순간, 다시 무관심 해지는 순간 적폐 세력은 다시 부활합니다. 반드시 되살아납니다. 그래서 유토피아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한 끝없는 관심과 참여만이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은 교육입니다. 입시도 중요하고, 지식을 쌓는 교육도 필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교육은 민주시민을 키워내는 교육입니다. 소위 지도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그들의 뜻대로 조종당하는 개와 돼지가 아닌 국민들에게 위임받아 일하는 대리자들에게 제대로 명령하고, 일을 시키는 민주 시민을 만드는 교육 말입니다.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그랬듯, 조금은 힘들고 괴롭고 어렵더라도 이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빨간약을 주는 교육.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역사와 철학과 예술을 중시하는 그런 교육을 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완벽한 유토피아까지는 아니더라고, 그래도 사람 냄새나는, 사람 살기 좋은 나라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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