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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영화 비상선언 리뷰, 피해자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사회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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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소개

- 개봉: 2022.08.03.
- 등급: 12세 관람가
- 감독: 한재림(더 킹, 관상, 우아한 세계, 연애의 목적 등)
- 출연진: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2. 주요 줄거리

딸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하와이로 떠나기로 한 재혁(이병현 역)은 공황장애로 인해 비행기 탑승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아이를 위해 어렵게 비행기에 오릅니다. 우연히 화장실에서 만난 수상한 사람 류진석(임시완 역) 역시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됩니다.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전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남자로 인해 하와이로 이륙한 KI501 항공편에서 원인 불명의 사망자가 나오며 비행기 안은 혼란과 두려움에 빠집니다. 형사 팀장 인호(송강호 역)는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을 봤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를 하던 중 시체와 함께 용의자가 그 비행기에 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지상에서는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 역)를 중심으로 응급재난센터를 구성하고 비행기와 연락하며 대응 방안을 찾게 됩니다.

3. 영화 감상평

수상한 행동을 하는 남자, 그리고 그의 행동을 목격하는 한 아이. 그는 자신의 이상한 행동을 눈치챈 아이를 쫓아 아이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이때부터 영화는 시작됩니다. 어디로도 도망갈 곳 없는 비행기, 갑작스럽게 발생한 환자. 숨을 멈춘 환자를 보며 비행기 속의 승객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이미 이륙을 해버려 피할 곳 없는 비행기 안에서 생화학 테러로 인해 모두의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이 닥칩니다.
영화 '비상선언'(한재림 감독, 2022년)은 우선 출연진이 어마어마합니다.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영화 '기생충'의 주역이면서 올해 열린 칸 영화제에서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 배우를 비롯해,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박해준, 김소진 배우까지 이 정도급의 배우들이 한꺼번에 한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즐겁습니다.
실감 나는 비행기 운행 장면과 추락 장면에서의 좌우 흔들림, 쏠림, 뒤집히는 모습 등의 리얼한 화면은 좋았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로 인한 테러가 발생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영화 속 비행기 안의 승객들은 핸드폰을 통해 바이러스로 인한 생물학적 테러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입과 코를 수건으로 가리고 최대한 사람과의 접촉을 주의하면서 환자와 비환자를 구분하고 관리해야 할 텐데 이 영화는 가장 기본적인 방역 수칙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배우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와 입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며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형사에서 갑자기 미생물학 전문가로 변신한 듯한 형사 팀장의 모습도 개연성이 떨어져 보입니다. 또한 제목 '비상선언'은 최악의 재난 상황에 직면한 항공기가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할 때 무조건적으로 착륙을 요청하게 되는 비상사태를 뜻하는 항공 용어입니다. 하지만 비상선언을 하면서까지 착륙을 시도하고도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합니다. 관객들이 항공기 안의 승객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도록 하는 영화적 장치였겠지만 굳이 비상선언까지 하며 일본 나리타 공항에 착륙을 시도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한편 이번 영화에서도 비를 맞는 송강호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며 비를 맞으며, 범인인 것을 알지만 증거가 없어 잡지 못했던 송강호의 모습. 영화 '기생충'에서 비가 엄청나게 퍼붓던 그날 자신의 집에 잠기는 모습을 보던 송강호. 이번 영화에서도 바이러스를 해결할 방법이 다국적 회사 안에 있을 거라 생각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함 속에서 비를 맞는 송강호가 오버랩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영화는 비행기 안에서도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나누고, 비행기 밖인 지상에서도 치료제가 증명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가득 찬 비행기를 착륙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과 착륙시켜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뉩니다. 지상에 도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바이러스가 퍼질 것을 염려해 착륙을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습니다. 활주로를 점거하며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하게 막기도 합니다. 비상대책센터도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며 우왕좌왕합니다. 결국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고 마침 그 비행기를 탔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되어버린 승객들에게 선택을 강요합니다. 아니 결과가 정해진 선택을 해주길 바랍니다. 건강한 사회와 국가라면 피해자가 선택하도록 하지 않아야 합니다. 피해자란 타인에게 자신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 명예 등을 침해 또는 위협받은 사람입니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생겨난 일입니다. 이들을 무조건적으로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와 국가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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