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Okja 장르 : 모험, 액션, 드라마 개봉일 : 2017.06.29. 감독 : 봉준호 출연 : 틸다 스윈튼(루시/낸시 미란도), 폴 다노(제이), 안서현(미자) |
1. 자본주의와 환경, 가족
대한민국 영화사를 새롭게 썼다는 평가를 받은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201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0년 미국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과 이어 열린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했습니다. 한국 영화사에 기록을 남긴 기생충 이전에 봉준호 감독은 영화 ‘옥자’를 통해 인간의 탐욕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자본주의와 환경,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말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과 환경을 지키며, 인간과 동물의 공존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2. 슈퍼돼지 프로젝트
다국적 기업인 ‘미란도’는 인간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칠레에서 우연히 발견된 슈퍼돼지의 새끼 10마리를 세계 각지 축산 농가에서 10년간 키우고, 슈퍼돼지 페스티벌에서 어느 돼지가 가장 잘 사육됐는지 평가하겠다는 것입니다.
옥자는 한국 강원도의 한 농가에 분양된 슈퍼돼지 중 하나입니다. 옥자는 강원도 산골에서 10년 간 미자(안서현)의 가족으로 자랐습니다. 옥자와 미자는 인간과 동물이라는 한계를 넘어선 끈끈한 유대 관계를 자랑합니다.
강원도의 좋은 환경에서, 사랑받고 자란 옥자는 다른 슈퍼돼지들보다 월등하게 성장함을 자랑합니다. 결국 미란도는 경연대회 참가를 위해 미자에게서 옥자를 강탈해 가고, 옥자를 되찾기 위한 미자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그 과정 속에서 미자는 옥자가 우연히 발견된 슈퍼돼지 종자가 아닌, 인위적인 유전자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 GMO(유전자 변형 생물)임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옥자’를 보면서 굳이 육류를 사랑하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감독은 인간의 식습관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닙니다.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거짓말도 거리낌 없이 하고, 유전자 변형으로 대량 생산된 고기와 육류 가공식품이 인간에게 유해한 지 여부는 관심도 없는, 자본주의의 탐욕에 집중합니다.
탐욕스러운 다국적 대기업은 생명의 가치 같은건 안중에 없습니다. 아무리 유전자 변형으로 만들어진 동물이라도 하나의 생명체로써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냥 돈벌이를 위한 물건으로 취급할 뿐입니다. 그런데 영화 속 유전자 변형 생물만 그런 대우를 받을까요? 광우병이라는 재앙을 낳은 바 있는 육류 대량 생산 시스템은 어땠습니까? 좁은 우리에 갇힌 채 오로지 인간을 위한 고기 생산이라는 목적만으로 길러지며 생명체 대우를 못 받는 동물들. 그 동물들이 AI(조류독감)나 구제역 등에 걸렸을 때 잔인하게 이뤄지는 살처분하는 모습 속에서 인간은 과연 자연과의 공존을 원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 속 잔인함은 어쩌면 실제 현실에서 이뤄지는 일들의 새 발의 피, 빙산의 일각일 지도 모릅니다.
3. 자연과의 공존
봉준호는 영화 ‘괴물’에서 과연 진짜 괴물은 누구냐고 물은 바 있습니다. 환경을 파괴하고 결국 한강 속 괴물을 만들어 낸 인간들, 한 가족의 괴로움을 보고도 외면하고, 오히려 죄를 덮어씌운 냉혈한 인간들이 바로 괴물이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옥자’를 통해서도 봉준호는 인간의 괴물 같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봉 감독은 괴물만큼 강하게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보여주며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봉준호의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오로지 돈벌이가 지상 과제인 냉혈한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다른 생물들과도 공존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치열한 고민과 싸움 없이 이런 사회를 만드는 일은 분명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래도 봉준호는 따뜻한 시선과 공존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 답은 어쩌면 ‘가족’입니다. ‘괴물’에서 딸을 잃은 송강호가 생면부지의 아이를 가족으로 삼고 따뜻한 밥을 나누듯, ‘옥자’에서는 동물과 사람도 서로 유대하며 가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옥 같은 돼지우리에서 탈출한 한 마리 슈퍼돼지 새끼도 미자와 옥자의 가족이 되어 밥을 나눌 수 있는 그 따뜻함이 곧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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