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 SULLY 장르 : 드라마 개봉일 : 2016.09.28.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 톰 행크스(체슬리 설리 설렌버거 ), 로라 리니(로리 설렌버거), 아론 에크하트(제프 스카일스) |
1. 155명의 전원 구조 실화
우리들이 쉽게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만약 비행기가 엔진 이상 등의 문제로 비상착륙을 하는 경우 바다나 강과 같은 물 위로 떨어지면 비교적 안전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비행기가 물 위에 떠 있는 동안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생각이 커다란 오산이라고 말합니다. 실제 바다나 강으로 비행기 동체 착륙을 해서 성공한 사례 자체를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비행기 동체 착륙은 물과 충돌 시 충격으로 동체가 파손되고 폭발이 일어나며 탑승자 대다수가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거장(巨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86세의 나이에 연출한 영화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이하 설리)’는 강으로 비행기 동체 착륙을 성공시키는 기적 같은 일을 해낸 체슐리 슐렌버거(애칭 설리) 기장과 그가 살려낸 155명 생존자들의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1월 15일 승객 150여 명을 태우고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룩한 US항공 1549편은 이륙하자마자 새떼와 충돌해 엔진 고장을 일으킵니다. 양쪽 엔진이 모두 파손됐음을 직감한 체슐리 슐렌버거(이하 설리) 기장은 곧바로 사고를 공항 관제탑에 알리고 바로 착륙 가능한 인근 공항을 알아봅니다. 베테랑 설리 기장은 빠른 판단을 통해 뉴욕 시가지 추락이나 빌딩과 충돌하지 않고 공항 활주로에 비상 착륙할 가능성이 없음을 직감하고 허드슨 강 착륙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기적과 같은 성공, 설리 기장은 일약 미국의 새로운 영웅이 됩니다. 당시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경제 위기와 계속된 이라크 전쟁, 잇단 테러 위협으로 우울한 새해를 맞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9.11 테러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도시 뉴욕에서 또 한 번의 대형 참사가 될 뻔했던 항공 사고가 단 한 명의 인명 피해 없이 승객과 승무원 155명 전체가 구조된 상황은 그야말로 경사였습니다.
2. 이상과 현실
그러나 현실은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승객 모두를 안전하게 구했는데 상을 주진 못할 망정 책임을 묻으려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항공사와 보험회사의 이해관계를 무시할 수 없었던 사고 조사단과 언론은 설리 기장을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사고 장소 주변 공항이 아닌 허드슨 강을 비상착륙 장소로 고른 행동 자체와 엔진 고장 상황을 제대로 인지했는지 등을 문제 삼으며 사고 책임을 설리 기장에게 돌리려 합니다. 승객 모두를 구했음에도 위기에 처하고, 사고 후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설리 기장은 자신이 옳은 행동을 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명배우 출신답게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를 통해 인간의 실존에 대한 문제를 끌어내 왔던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번에도 톰 행크스와 같은 훌륭한 배우와 함께 최고의 전문가이자 돋보이는 직업윤리를 가진 설리 기장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이야기는 담담하지만 그가 던지는 문제의식은 날카롭습니다. 2009년 당시 미국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직업윤리고 뭐고 당장 눈앞에 이익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빚덩이 위에 올려놓고 주택을 담보로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주고 이익을 취하던 월 스트리트는 스스로 쌓아온 바벨탑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부풀려온 거품을 붕괴시키며 미국 사회 자체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등장한 설리 기장이 미국인들에게 던진 화두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영화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더욱 매섭습니다. 영화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항공기가 허드슨강 착륙에 성공한 이후 벌어진 상황입니다. 설리 기장은 비행기 안에 단 한 명의 승객도 남지 않을 때까지 언제 폭발할지, 언제 가라앉을지 모를 비행기 안에 남아 승객들을 탈출시킵니다. 비행기 내부에 아무도 남지 않았음을 확인한 설리 기장은 155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구조선에 오른 것을 확인한 후 배에 오르고, 항구에 도착한 뒤에도 생존자 155명이라는 메시지가 오기 전까지 매서운 1월의 추위를 견디며 움직이지 않습니다. 비행기의 기장, 배의 선장, 한 사회의 리더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 왜 우리들에게는 당연하게 보이지 않고 특별하게 느껴졌을까요. 왜 한국 관객들에게 더욱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지며, 무언가를 떠올리며 분노하게 만든 것일까요.
3. 실력 없는 리더가 만든 위기
한 사회에 위기가 왔을 때 이를 극복하고 사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설리 기장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실력’이 기본이 돼 있어야 합니다. 세월호와 같은 대형사고와 한국의 IMF 사태는 결국 실력 없는 리더들이 만들어 낸 ‘인재(人災)’입니다. 임진왜란과 6.25전쟁 당시 국민들을 버리고 도망간 왕과 대통령, 사고 후 배를 버리고 도망친 세월호의 선장과 승무원들은 기본적인 책임감과 직업윤리 없는 리더가 그 구성원들을 얼마나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설리 기장은 뛰어난 실력과 윤리의식으로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력과 의식을 가진 리더들을 만들어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회 전반의 의식과 시스템이 함께 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를 만드는 기초 작업은 모두가 담당해야 할 몫입니다. 굳건한 한국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은 결국 국민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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