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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얌마, 도완득~!!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을 꿈꿔봐!! 영화 '완득이'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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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흥행의 조건

물론 귀신도, 며느리도 모르는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영화 흥행의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딱 정해진 건 없지만 분명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요소들이 있을 것입니다. 가령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처럼 호쾌하게 때려 부수는 스펙터클과 액션이라거나, 관객의 배꼽을 빠지게 하는 코믹함, 반대로 눈물을 쏙 빼놓는 진한 감동이라거나 하는 것들처럼 말입니다. 드라마틱한 사건과 잘 짜인 플롯에 점수를 주는 이도 있을 것이고,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한여름에도 춥게 만드는 공포를 사랑하는 관객도 존재할 것입니다.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한 만큼 영화의 재미도 다양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관객 취향의 다양성을 무한 존중함에도 불구하고 영화 완득이’(감독 이한, 2011년 작품)의 흥행은 여러 면에서 미스터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베스트셀러 원작의 힘이 뒷받침돼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531만 명이 넘는 관객이 들 것이라는 예측을 한 전문가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감독은 21회 부일영화상에서 최우수 감독상도 받습니다.  ‘완득이의 경우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간간이 웃기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포복절도할 정도도 아니며, 눈물을 쏙 빼놓을 정도로 감동적이지도 않으니 말입니다. 스펙터클이네 호쾌한 액션과도, 당연히 거리는 멉니다. 위에서 열거한 흥행요소라곤 뭐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 영화가 이처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는 뭘까요?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마케팅의 성공일 수도 있고, 영화 자체의 순수한 힘일 수도 있으며, 김윤석과 유아인이라는 두 주인공의 매력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2. 영화 속 따뜻함의 비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영화 흥행 성공의 비결은 따뜻함’입니다. 영화 완득이속 현실은 실상 따뜻함과 거리가 멉니다. 장애가 있는 아버지 밑에서 엄마 없이 자란 완득이.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없고, 쌈질이나 하는 사고뭉치입니다. 카바레에서 춤을 추는 아버지는, 지적 장애가 있는 민구 삼촌(물론 친삼촌은 아니다)과 함께 일하던 캬바레가 문을 닫으며 직장마저 잃었습니다. 게다가 태어나서 처음 만난 엄마는 한국인이 아닌 필리핀 사람입니다. 이쯤 되면 영화는 따뜻함은 커녕 팍팍하고, 뭔가 불행한 파국을 예상케 합니다. 하지만 감독 이한은 우리가 소위 소외된 이웃이라 부르는 주인공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담담하게 이들의 삶도 행복할 수 있음을 역설합니다.

영화 속 희망의 시작은 훌륭한 멘토와의 만남입니다. 완득이에게 얌마라는 호를 붙여준 담임 동주는 완득이가 그렇게 매일 밤 교회를 찾아가 신에게 죽여 달라고 빌어도 절대 죽지 않고 완득이를 괴롭힙니다. 더군다나 완득이 옆집에 사는 동주는 완득이가 수급품으로 받아온 햇반을 빼앗아 먹고, 완득이가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엄마를 만나게 하는 등 완득이를 괴롭히지만 결코 완득이를 다른 존재로 낙인찍지는 않습니다. 완득이가 혼혈의 사고뭉치 문제아이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에게 꿈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완득이의 따뜻함은 이 지점에서 비롯됩니다. 뭔가 부족하고, 괴팍하고, 다른 점이 많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보듬고, 이해하고 연대하는 힘.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주여성과 완득이, 동주와 학급 1등 윤하가 아무렇지 않게 어우러지는 후반부에서 저도 모르게 관객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 힘이 완득이의 흥행 성공을 이끌었습니다.

3. 우리 사회의 다문화

우리나라 다문화 학생수는 2012년 46,954명에서 2021년 160,056명으로 전체 학생 중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2021년 한국교육개발원 자료) 한때 이들을 다른 새로운 단어로 규정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똑같은 구성원인 이들을 뭔가 다른 단어로 규정하는 순간 차별이 시작됩니다. 구분하려 하지말고 국제결혼한 가정의 구성원들 모두 그저 ‘한국인’일 뿐입니다. 그들의 피부색이며, 머리색이며, 눈동자 색이 어떻든 한국인으로 대하면 됩니다.

영화 완득이가 따뜻한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이 해법을 소소한 이야기와 웃음 속에 희망적인 시선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담임 동주가 매력적인 멘토인 이유는, 그가 거창한 사회운동을 해서가 아니라, 그가 그의 이웃과 제자들을 차별 없이 보듬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문화 사회가 열리고 있는 한국에서, 서울대 많이 보내는 교사보다 동주 같은 교사들이 많이 늘어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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