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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바람, 대세 배우 정우의 실제 학창 시절을 보여주다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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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영화 '바람'(감독 이성한·2009년)은 단순하게 보면 뻔한 학원물처럼 보입니다. 자칫하면 학교폭력을 미화하는 영화로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문제아와 일진, 폭력 서클 등은 학교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폭력물의 주요 소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짱구(정우 역)는 이 세 가지 범주에 모두 포함되어 있는 아이입니다. 다만 이런 종류의 영화 속 주인공들과 달리 짱구라는 별명을 가진 정국은 보통의 가정에서 자란 평범해 보이는 학생입니다. 술, 담배도 입에 대지 않는 모범적이면서 엄한 아버지와 공부는 물론 운동까지 잘하는 형과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누나가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할 정도입니다. 형제 중에서 본인만 공부를 못해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집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고를 일으키고 만 짱구는 너무나 모범적인 집안의 분위기 때문인지 엇나가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반에서 일진 놀이를 하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학교 수업에 빠지고 놀러 다니다 몇몇 친구들이 학교를 그만두었고, 어쩌다 보니 반 아이들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유치장에 가기도 했습니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이 하나, 둘 학교를 그만두고 외로웠던 정국은 어느새 학교에서 가장 큰 폭력 서클에 가입하고 맙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시간만 낭비하다가 고3이 되었고 그해 엄하기만 하던 아버지는 간경화라는 중병에 걸립니다. 위독한 아버지를 보며 정우는 깨닫게 됩니다.

2. 기존의 영화와 다른 이야기

부산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던 영화 '바람'은 '친구'를 비롯한 일종의 학교 폭력물과 확실하게 다른 길을 걷습니다. '친구', '말죽거리 잔혹사'와 같은 종류의 학원 영화들은 폭력을 휘두르는 주인공들을 꽤 폼나게 그리며, 폭력을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이에 비해 '바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폭력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미화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을 비롯해서 일진 놀이를 하는 반 학우들이나 폭력서클의 모습도 관찰자의 시점에서 관조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과 그들을 코믹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려냅니다. 그들이 으스대거나, 똥폼을 잡는 모습은 그저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객기일 뿐입니다.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 비겁해지거나 소심 해지는 모습을 자주 표현하며, 그들 또한 철없던 그 시절을 그저 그렇게 보냈던 소년에 불과했음을 보여줍니다.

3. 자전적 이야기

이와 같은 묘사가 가능했던 이유는, 이 영화의 내용이 주인공 짱구역을 맡은 배우 정우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자칫 평범할 수 있었던 이야기는 '실화'라는 사실과 만나 진정성을 얻으며 관객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영화 '바람'은 저예산 영화로는 드물게 10만이 넘는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이 영화로 인해 배우 정우가 '응답하라 1994' 주인공이 되었다는 이야기와 영화에 출연했던 다른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했다는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이 영화가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큰 이유는 주인공 정우 때문입니다. 지금은 대세 배우가 된 정우는 이 영화에 자신의 본명 '김정국'으로 출연해 자연스러운 연기와 담당한 내레이션으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2010년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개봉됐던 당시만 하더라도 무명이었던 그가 '응답하라 1994'의 무심한 듯하지만 속 깊고 로맨틱한 '쓰레기'역으로 일약 대세남과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 정국은 중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괜찮은 어른이 되겠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랑해요 아빠"라는 그 말을 직접 앞에서 용기내 말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마는 정국은 진한 후회의 눈물을 흘립니다.

영화의 제목 '바람'은 복합적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wind'와 'wish'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저 바람에 실려 떠도는 것처럼 마구잡이 인생을 살던 그에게 무언가 되고 싶은 것을 만들어준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가족은 때로는 가시와 같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사람을 살아갈 힘을 주고, 참을성을 갖게 하고, 동기 부여해 주는 존재 또한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영화를 다시 본 많은 사람들은 불량하고, 장난기 많은 아이가 아닌 꽤 듬직하고 '괜찮은' 어른이자 배우로 성장한 '정우'를 보며 이러한 가족의 힘을 되새기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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