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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괴물, 가족의 마음으로 따뜻한 연대와 위로를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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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이야기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대형재난에 대비하는 한국 사회 시스템 부재와 비인간적인 대처에 대한 가슴 아픈 묵시록입니다평범하다 못해 다소 모자란 구석까지 있으며 사고뭉치인 강두(송강호)는 한강공원에 있는 아버지(변희봉) 매점 일을 도우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학 때 운동권이었던 동생(박해일)이 자리를 못 잡고 있어 집안의 걱정이긴 하지만 전국체전에 양궁 지역 대표로 출전할 정도로 실력 있는 궁사인 여동생(배두나), 하나밖에 없는 귀한 딸 현서(고아성)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에 의해 산산조각 납니다. 한강변에 불쑥 나타난 돌연변이 괴물(괴물은 미군이 무단으로 방류한 폐기물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로 인해서입니다. 이 괴물은 수많은 사람을 죽고 다치게 한 뒤 현서를 납치해 한강 속으로 유유히 사라집니다. 당국은 실종자에 대한 수색 의지도 없이 현서를 사망자로 처리합니다. 그러나 현서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강두와 가족들은 현서가 살아있음을 확신하며 구출하기 위해 나섭니다.

2. 현실 사회의 통렬한 비판

영화 괴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국가와 그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가 얼마나 무능하고 또한 사악한지 노골적으로 풍자하고 있습니다.

우리 현서가 사망잔데, 그런데 사망하지 않았습니다며 휴대폰 위치 추적을 해달라는 강두의 간절한 부탁은 당국에 의해 일언지하에 거절당합니다. 경찰과 군은 실종자에 대한 구조의지도 괴물을 처치하려는 의지도 희박합니다. 오히려 사망자, 실종자 가족, 시민들은 통제의 대상입니다. 언론은 한강에서 나타난 괴물이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정부의 발표를 아무런 검증 없이 보도하고, 괴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던 사람들은 상을 받기는커녕 격리됩니다. 정부는 괴물 출현을 빌미로 미국으로부터 검증되지도 않는 신무기를 사들이는데 골몰할 뿐입니다.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조사한다며 사람들을 가둬두는 임시 건물 뒤편에서 미국인들과 한국의 공직자들은 바비큐 파티를 벌이고 있습니다. 영화 속 장면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도 익숙한 풍경들입니다. 씁쓸합니다.

강두를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딸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에 몸도 맘도 급하기만 한 강두 가족으로부터 뭔가 뜯어내거나 강두 가족을 신고해 현상금을 챙기려는 사람들만 천지에 널려있습니다. 남의 아픔을 돌보기보다는 당장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한 배려 없고, 인간에 대한 예의 없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살풍경입니다.

국가로부터도, 이웃으로부터도, 언론으로부터도 철저히 소외된 강두 가족은 자신들만의 힘으로 현서를 구하기 위해 나섭니다. 의지할 곳이라곤 피를 나눈 가족밖에 없습니다. 사람의 목숨보다 돈이 우선인 사회, 한 줌 권력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생명과 목숨은 뒷전인 사회에서 가진 것 없는 소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과연 진짜괴물은 누구 일까 생각해봅니다. 한강변에 느닷없이 나타난 괴생명체인지, 아니면 희생자들과 그 가족을 보듬어줄 작은 온기와 품조차 없는 삭막한 사회인지 말입니다.

3. 우리 이웃의 따뜻함이 주는 위안

영화 괴물은 그래도 작은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 희망은 소시민들의 맞잡은 손입니다. 강두와 가족들은 결국 현서를 구하는데 실패합니다. 현서는 자기와 함께 괴물에게 잡혀있던 더 작은 아이, 한강변에서 구걸하고 서리하며 살다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형을 잃은 세주를 살리고 죽습니다. 그렇게 세주는 강두의 가족이 됩니다. 두 사람은 춥디 추운 한국 사회에서 서로 의지하며 따뜻한 밥을 나눕니다. 밥을 같이 나눠먹으며 식구가 된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코로나19, 경제 위기 등 위기 상황에 대해서 수많은 전문가들이 진단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도무지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지만, 하나하나 바로잡아 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전에 우리가 할 일은 두 팔을 벌리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입니다. 강두가 세주를 품었듯, 슬퍼하는 이웃들을 가족처럼 보듬어야 할 때입니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생존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후속 대책도, 재발 방지도 중요하지만 우선 희생자 가족들이 받을 상처를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일 것입니다. 자발적인 도움의 손길과 발길을 보며 아직 우리 사회에 온기가 남아 있음에 참담함 속에서도 작은 위안을 받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망각하고 침묵하는 한 불행은 되풀이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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