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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리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는 현재진행중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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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감독 강우석
출연 이미연, 김보성
개봉 1989.07.29.

지금도 현재진행중인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는 강우석 감독의 초기작으로 이미연, 김민종, 허석(지금은 의리의 사나이 김보성으로 더 유명합니다)의 풋풋했던 시절을 볼 수 있습니다.

무척이나 아픈 이야기였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감독 강우석, 1989)에 대한 기억은 꽤 선명합니다. 198090년대 교복 자율화 세대의 우스꽝스러운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 영화 속 김민종과 같이 꼭 하나씩 등장하는 반항아들의 강렬한 눈빛, 학교에서 펼쳐지는 풋풋한 첫사랑, 이런 것들이 모두 당시 유행했던 하이틴 영화의 근간이었습니다. 사랑도 있고, 추억도 있고, 방황하던 아이에게 희망을 주는 교사의 모습도 있고, 따뜻한 우정도 있지만, 우리에게 밝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더라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는 슬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 성적 비관을 이유로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여고생 이야기를 작가 임정진이 동명의 소설로 썼고, 이를 영화화했습니다. 1980년 대 말 당시만 해도 학생이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사회에 있어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소설로, 영화로 재창조되며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시도가 이어진 것을 보면 말입니다.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가 개봉된 지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자원이 부족하고, 경제적으로 낙후되었던 우리나라의 유일한 희망은 교육밖에 없고, 교육을 통해 사람이 아닌 인적 자원을 끝없이 개발해 나가야 한다는 어긋난 욕망. 그 과정에서 이탈하는 한 둘쯤은 어쩔 수 없다는 잔인한 포기. 그리고 그렇게 줄 세워진 대로 사회적 계층과 행복의 정도가 정해진다는 그릇된 믿음. 이 믿음은 현재 과연 사라졌을까요?

꿈 많고,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기대감이 가득해야 할 나이 18. 그 나이에 단지 성적 때문에 목숨을 끊은 아이의 이야기는 분명 충격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며 대책도 마련됐고, 대학입시 제도도 수없이 바뀌었습니다. 당시엔 충격이었던 학생들의 자살 소식이 이제 매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능이 끝난 다음 날이면 누군가의 자살 소식이 들려옵니다. 뉴스에도 잘 다루지 않을 정도로 한국 사회의 반응도 무덤덤해지고 있습니다.

건강한 사회에서 벌어질 일일까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어떤 대학에 들어가느냐 여부가 인생을 좌우한다는 그릇된 믿음을 끊임없이 심어주는 실체는 무엇인가요. 이 사회의 기득권을 이루고 있는 우리 모두는 아닐까라는 반성을 해봅니다.

교육개혁은 어렵습니다. 단지 대입제도, 교육제도 몇 가지 뜯어고친다고 이뤄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회가 바뀌어야 합니다. 성적, , 경쟁에서의 승리가 인생의 성공과 행복을 좌우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공동체가 이뤄진 사회, 물질보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가 행복한 사회임을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교육 현장에서 가르쳐 나가야 합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소녀를 보며 슬퍼하던 마음. 어쩌면 순수한 그 마음이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암기 잘하는 순으로 줄 세우고 이를 성적이라며 강요하는 사회가 아닌, 창의적인 사람을 만드는 교육,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교육, 여기서부터 변화가 시작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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