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TV 리뷰

OST의 힘, 따뜻한 음악 영화 ‘비긴 어게인’

by 한국의 잡학사전 2022. 9. 10.
반응형

비긴 어게인
감독 존 카니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헤일리 스테인펠드, 애덤 리바인
개봉 2014.08.13.

1. 음악 영화 '원스'와 '비긴 어게인'

지난 20079. 영화와 연관 지어 생각하면 조금은 낯선 땅, 아일랜드에서 만들어진 작은 음악 영화 한 편이 개봉했습니다. 개봉 당시 ‘원스(Once)’는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영화라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작은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음악이라는 만국 공통어를 매개로 가수를 꿈꾸는 아일랜드 청년과 체코 여성이 교감하고 사랑하고, 꿈을 키워가는 이야기는 적지 않은 관객에게 감동을 줬습니다. 특히 저예산 영화임에도 거창한 기교나 특수효과 없이 순수한 음악에 대한 열정, 음악 그 자체의 힘으로 전해지는 감동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지금도 원스의 삽입곡 ‘Falling slowly’ 등은 많은 가수들의 애창곡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음악 영화 ‘원스의 감독 존 카니가 할리우드로 건너가 만든 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은 다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관객 동원이 쉽지 않은 음악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관람객 수가 347만 명을 달성했고, 발매된 OST도 영화의 인기와 함께 대박을 냈습니다.

2. 영화 이야기

비긴 어게인은 어쩌면 빤한 영화가 될 요소들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제목부터가 다시 시작하자이니까요. 제목 그대로 영화에서는 갖가지 이유로 루저가 된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그레미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잘 나가는 음반회사도 음악적 파트너와 공동 설립한 한때 스타 프로듀서였던 댄. 그러나 댄은 요즘 가수들의 진정성 없는 노래가 싫습니다. 음악성이 아닌 스타 시스템으로 가수를 키워내는 방식도 맘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자세는 댄을 유행에 뒤떨어진 프로듀서로 만들었습니다. 결국 자기가 세운 회사에서 해고당한 댄은 가정생활도 정상이 아닙니다. 아내와는 별거 중이며, 하루하루 술에 의지하며 삽니다.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는 유명한 영화의 OST에 참여하며 스타가 된 남자 친구 데이브를 따라 뉴욕으로 왔습니다. 미국 메이저 음반 제작사와 계약을 하게 된 데이브는 콘서트 투어를 떠나게 되고 투어에 참여한 여성 스태프와 바람을 피웁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레타는 쓸쓸한 뉴욕 거리에 홀로 남겨집니다.

인생 최악의 순간에 회사에서 잘리던 날 댄은 한 바에서 자신만의 노래를 하는 그레타를 만납니다. 자신이 그토록 찾던, 진정한 노래를 하는 그레타에게 매료된 댄은 함께 음반을 만들자고 제안하게 되고, 두 사람은 뉴욕 곳곳을 누비며 새로운노래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합니다우리가 흔히 봐왔던 설정. 사랑과 일에 실패한 사람들이 뭉쳐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그러나 음악은 이 빤한 이야기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습니다.

댄과 그레타가 만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로 꼽힐 만합니다. 기타 하나 달랑 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늘어놓는 그레타를 바의 손님 중 누구도 주목하지 않습니다. 온갖 조미료가 쳐진 노래에 익숙한 관객들의 귀에 진정성이 담긴 그레타의 소소한 노래 따위는 들어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댄에게는 한 편의 환상적인 무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레타의 기타 연주 사이로 첼로,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의 음색이 더 해지고, 드럼이 든든하게 뒤를 받칩니다. 음반 연주가 댄의 노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프로듀서 댄의 머리에서 새롭게 편곡된 노래는 자신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서광,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두 사람이 함께 음반을 제작하는 과정도 매우 새롭습니다. 닫힌 녹음실이 아닌 뉴욕의 거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지하철역 등등 활짝 열린 공간에서 뉴욕의 소리와 분위기를 음반에 함께 담아내는 새로운 작업을 시도합니다.

3. 영화 OST의 힘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음악은 낙관과 긍정의 힘입니다. 새로운 인생과 사랑의 시작, 떠나버린 사랑에 대한 미련과 그것이 진짜 사랑이었음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 등이 음악을 통해 표현됩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OST와 화면의 궁합이 무척 잘 맞습니다. 

비긴 어게인의 주인공들처럼 우리 인생도 팍팍하고 힘듭니다. 음악은, 꼭 음악이 아니어도, 예술과 문화는 꽉 막힌 것 같은 우리네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주말 아침 늦잠에서 깨어나 듣는 노래 한 곡이 한 주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거나, 재밌는 영화 한 편이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영화 비긴 어게인은 음악이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를 매개로 우리에게 긍정과 낙관의 힘으로 다시 시작할 것을 조용히 속삭이고 있습니다.

반응형

댓글